최고의 명예인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상을 받기 전보다 연구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존 이워니디스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팀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저널'(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세계적인 상이 과학자들의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기 위해 21세기에 노벨상을 받은 72명의 과학자와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 119명을 선정했다.
'천재들의 상'이라고 알려진 맥아더 펠로십은 각 분야 인재를 격려하기 위해 지난 1981년 미국에서 제정된 상이다.
연구팀은 노벨상과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들의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를 각각 추적했다.
이워니디스 교수는 "논문 발표 건수는 과학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인용 건수는 논문의 영향력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추적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은 뒤 발표한 논문 건수는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을 받은 뒤 발표한 논문은 인용 건수가 상을 받기 전보다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반면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의 경우 상을 받은 뒤 논문 발표 건수가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인용 건수는 이전과 거의 비슷했다.
과학자들이 노벨상이나 맥아더 펠로십을 받은 뒤 발표하는 논문은 영향력이 오히려 감소하는 모양새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42세 이후 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가 모두 감소했지만, 41세 이전에 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가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이워니디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 공동 논문을 발표할 때 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해당 분야의 특정 연구 주제에서 노벨상으로 업적을 인정받은 뒤 다른 연구 주제로 영역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연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2020년 블랙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앤드리아 게즈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은 뒤에도 미지의 영역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 한다"며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은 논문 인용 건수로 측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