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넥타이만 맨 윤종규 KB금융 회장…"리딩금융 달성 큰 보람"

입력 2023-09-25 14:07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저는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습니다.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너무 감사했고 또 행복했습니다."

오는 11월 20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윤 회장은 "백팩을 잘 메고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 백팩을 맨 회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지만 많은 분들이 제 진짜 트레이드마크를 노란 넥타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친구는 가끔 '네 몸에는 빨간 피가 아니고 노란 피가 흐르는 거 아니냐'라고 농담하는데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양종희 내정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9년간의 임기를 돌아보며 가장 보람있었던 점으로 KB금융의 리딩금융 성장을 꼽았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첫 3년은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이어 두 번째 3년은 'KB금융그룹을 부동의 리딩금융으로', 마지막 3년은 '탄탄한 경영승계절차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며 "지난 9년을 되돌아보면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사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윤 회장은 "(국내에서) 리딩 금융그룹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로는 10위권인데 (금융그룹의) 세계 순위로는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2002년에 '금융의 삼성'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처음 했는데,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씁쓸한 생각이 없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적인 금융사와) 격차가 굉장히 벌어져 있기 때문에 단기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차근차근히 해야 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인 수단과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현재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선 CIB(기업투자금융)와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신흥국에선 한국에서와 같이 종합금융회사로 가서 더 경쟁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부코핀 은행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인수 당시 빠르게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기존 전산시스템을 선전 시스템으로 재정비해 기존 갖고 있던 연금 등의 강점을 살리며 더 강한 은행을 만든겠다는 목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부실채권은 오히려 확대되고 IT 작업도 대면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지연됐다"며 "부실채권 청산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IT 시스템 재투자는 내년 6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인도네시아는 제2의 한국시장처럼 키울 것"이라며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인도네시아에 함께 진출해 있는 만큼 ‘One KB’로서 원스탑서비스 토탈솔루션을 제공해 현지 은행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이 7년이라고 한다. 한국 금융회사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고 하면서, 3년·6년마다 (CEO가) 바뀌는데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를 장기전 안목에서 어떻게 하겠나"고 반문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융회사의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 금융사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들의 정직과 신뢰가 아닐까 한다"며 "주인의식을 갖고 내돈인 것처럼 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 제도를 정비 및 보완하고 직원들의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회장은 회장직 진퇴를 결정한 시기에 대해 ”3연임 시작 당시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회장은 “주요 계열사가 단단한 운영체계를 준비시키는 것까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 당시 마음이 굳어져 있었다”면서 “진퇴는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므로 미리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끝으로 윤 회장은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에 대해 "손해보험을 직접 경영하고 M&A를 주도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경험과 연륜이 있어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라며 "양 내정자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