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교육부담을 덜겠다며 실시한 사교육 금지 조치가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초래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재경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대 레이샤오옌 교수와 선옌 교수 등 3명이 계간지 '경제학' 최근호에 기고한 '교육 부담 감경, 가정 교육 지출과 교육 평등'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 차례 교육 부담 감경 정책을 도입해 학생들의 교내 학습 시간 단축, 우수 학생들만 모아 가르치는 '중점반' 운영 금지 등 17개 조치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이들 정책 시행 이후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소득 분포 최하위 10%에 속하는 가정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이전보다 9.3%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 가정의 교육비 지출이 21% 감소하면서 자녀의 학습 시간이 주(週)당 9.19시간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반면 소득 분포 최상위 10%에 드는 가정 자녀의 고교 진학률은 5.3%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가정의 교육비 지출이 66% 급증하며 자녀의 주당 학습 시간이 10.37시간 늘면서 저소득층 자녀보다 학습량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소득 분포 하위 54% 가정 자녀의 진학은 어려워진 반면 상위 46% 가정 자녀의 진학은 이전보다 수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교육 부담 감경 정책이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을 줄여줬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다"며 "저소득층 자녀는 경쟁에서 밀려 진학할 기회를 잡기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총체적으로 보면 교육 부담 감경 정책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교육비 지출을 덜어주지 못했으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켜 가난한 가정 자녀의 진학 문턱을 높였다"며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의 결과 대로라면 종전보다 훨씬 엄격해진 '솽젠(雙減) 정책'이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21년 7월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와 과외 부담을 덜어주는 솽젠 정책을 도입, 사교육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영어 학원을 비롯한 필수 교과목의 학교 내 보충 수업이나 방과 후 교육이 중단됐고, 관련 기업·학원들이 폐업해 수십만명이 실직했다.
최근 변칙적이고 음성적인 방과 후 교습이 성행하자 교육부는 이달 초 최대 10만 위안(1천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교사들의 과외를 엄중 처벌하는 사교육 단속 조처를 발표했다.
그러나 솽젠 시행 이후 사교육 시장이 지하화하면서 사교육비가 되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은 은밀하게 가정교사를 두고 자녀를 가르치는 반면, 저소득층 자녀는 학교 보충수업조차 받지 못해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