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는 러 유조선…북극해 통과 '위험천만'

입력 2023-09-16 11:13
수정 2023-09-16 11:28


서방 제재를 피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는 러시아가 쇄빙 기능이 없는 재래식 유조선으로 북극해를 건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하이노스뉴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레오니드 로자'호와 'NS 브라보'호를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출항시켰다.

최대 100만 배럴 규모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이들 유조선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NSR)를 거쳐 중국으로 가고 있다.

러시아 북부 해안의 북극해 해역을 통과하는 북극항로는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남쪽 항로에 비해 운항 시간을 최대 2주 줄여준다.

문제는 이들 유조선이 얼음이나 빙산에 대비한 기능을 갖춘 '아이스클래스'급 선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체가 얇은 탓에 내구성이 떨어지고 석유가 유출될 경우에 대비한 적절한 기능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박으로 북극해를 건너면 좌초할 때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재래식 유조선이 쇄빙 기능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위험 자체도 크다고 우려한다.

북극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그간 천연요새로 보호받던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일반적 지적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원유수출에 제재를 받게 되자 유럽과 같은 서방국가 대신 자국에 친화적인 중국 등 새로운 시장으로 판로를 바꿨다.

이에 따라 원유수출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 시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나자 러시아는 대안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원유 수출에 손을 댔다.

항해 전문업체들은 러시아 서북부에서 중국 동부 해안(서해)에 가려면 기존 항로로는 45일이 걸리지만 북극을 통하면 시간이 35일 정도로 단축되고 비용도 회당 50만 달러(약 7억원)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전이 장기 소모전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원유 수출을 비롯한 에너지 판매는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데 필수적이다.

캐나다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국제법 교수 마이클 바이어스는 "간절한 국가는 절박한 일을 한다"면서 "크렘린궁은 러시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과 같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려는 곳에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