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반도체 수요 둔화를 우려해 공급사들의 장비 납품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요 공급사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납품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TSMC의 이러한 요청은 비용을 통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회사가 수요 전망에 대해 보다 신중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TSMC는 이번 결정과 관련된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시장 소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TSMC가 납품 연기를 요청한 공급사 중에는 하이엔드 반도체 제조의 필수 장비로 꼽히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업체 ASML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하이엔드 장비에 대한 주문 일부가 연기됐다며 "단기적인 관리" 문제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 이후 ASML의 주가는 2.5% 하락했고, TSMC의 또 다른 소규모 공급사 ASM 인터내셔널은 5.6% 떨어졌다. 이 밖에 패키징 업체 BE반도체는 3.3%, 기타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KLA, 램리서치 등은 2.2%에서 2.6% 사이로 하락했다.
금융사 데그루프 피터컴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뢰그는 이러한 주가 하락 현상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TSMC가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를 입었지만, AI 칩의 수요 증가는 다른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자동차(전장)용 반도체 시장을 문제로 짚으며 "많은 최종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TSMC는 최근 숙련 인력 부족 등 문제가 불거져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첫 가동을 2025년으로 1년가량 늦추는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해있다.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부진을 반영해 신제품 가격을 동결했고, 이달 초에는 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기기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TSMC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