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공능력 평가 기준이 9년 만에 큰 폭으로 개편되면서 부실 시공이나 재해 발생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철근 누락'으로 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유명 건설사의 부실 시공으로 인해 거듭된 대형 사고 등을 반영한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1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시공능력평가란 건설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국토부가 매년 7월 말 결과를 공시한다. 평가 결과는 공사 발주자가 입찰 자격을 제한하거나 시공사를 선정할 때 활용되며 신용평가·보증심사 때도 쓰인다.
정부는 시공능력평가의 '신인도 평가' 비중을 늘렸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ESG 경영·준법 경영을 하는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의 점수 차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인도 평가 세부 항목을 추가했다.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공사실적액의 4%를 감점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10% 감점하기로 했다. 공사대금 체불, 소음·진동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환경법 위반 시 공사실적액의 4%를 깎는다.
국내 건설현장의 근로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사망사고만인율)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점을 고려해 사망사고만인율 감점 폭은 3∼5%에서 5∼9%로 키웠다.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점을 확대하고, 불법하도급 감점 항목은 새로 도입했다. 건설사가 부실 벌점을 받았다면 지금까지는 1∼3%의 감점을 받았지만, 벌점 구간을 세분화해 감점 폭을 9%까지 확대하고 벌점을 1점만 받았어도 점수를 깎는다.
또 발주처의 시공평가(1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대상)가 낮으면 2∼4% 감점되고, 안전관리 수준이 우수하다는 평가(2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대상)를 받으면 2∼4% 가점을 준다.
공사대금을 한 번이라도 체불하면 감점받도록 했고, 회생·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에 대한 감점 페널티는 5%에서 30%로 늘렸다.
국토부의 연구용역 결과 신인도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은 공사실적액의 최대 20%를 감점받고, 29%를 가점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실적액의 최대 4%를 감점, 25%를 가점으로 받을 수 있었다. 건설사들의 공사 실적이 좋더라도 신인도 감점 탓에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업정지는 1개월당 2%의 감점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이 있는 GS건설의 경우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이 확정되면 20%를 감점받고, 부실 벌점에 따른 감점도 추가로 받게 된다. GS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5위 회사다. 다만 전체 점수에서 신인도 평가 비중은 8∼9% 정도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큰 폭의 순위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죄 판결로 감점받거나 10% 이상의 영업정지 감점 처분을 받는다면 시공능력 평가 순위가 3∼4계단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선 경영평가액이 40.4%, 공사실적이 36.3%, 기술능력평가액이 16.3%, 신인도 평가액이 7.0%를 차지했다. 평가 기준 개편안을 적용해 올해 평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공사실적은 38.8%로 늘고 경영평가액은 36.7%로 줄었다.
국토부는 건설업계의 조정 요구를 반영해 경영평가액 가중치는 유지하되, 공사실적에 반영할 수 있는 상하한은 기존 3배에서 2.5배로 조정했다.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는 경영평가액이 3.02% 줄어들고, 301∼400위 건설사는 1.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상위 기업이 자본금 등이 반영되는 경영평가를 과도하게 높게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일부 보정되는 것이다.
경영평가액 산정 기준 변동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50위권 내에서 순위가 3∼4위 하락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기준을 이렇게 대폭 개편하는 것은 2014년 개편해 2015년 평가에 적용한 이후 9년 만이다. 개편안은 내년 평가부터 적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