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현직 경찰관의 추락사건이 마약 집단 투약 사건으로 번진 가운데, 경찰은 마약 입수 경로와 상습 투약 여부를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다.
지난달 27일 새벽 5시께 강원경찰청 소속의 경찰관 A경장이 용산구 원효로 1가의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일행 중 한명이 A경장이 몸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고 신고했다. 현재로선 타살 용의점은 뚜렷하지 않다.
30평 남짓의 이 아파트에는 A경장이 숨진 전날 밤 10시께부터 10여명의 일행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운동 동호회 모임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실제로 A경장을 비롯한 일행이 운동 동호회 활동을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보다는 서로의 지인을 데려오는 '번개' 방식으로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은 A경장을 포함해 남성 16명으로 직업은 의사, 헬스 트레이너 등으로 다양했다. 아파트는 일행 중 한명이 임차한 곳이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투신 후 현장을 이탈한 사람도 있어 7명만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현장에 없던 8명의 신원을 밝혀내 모두 16명이 모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15명을 대상으로 한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5명이 케타민·MDMA(엑스터시)·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을 보였다. 다른 10명은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경찰 관계자는 6일 "간이 검사는 하루 이틀이 지나면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정밀 감정을 통해 투약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5명 모두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했다. A경장의 일행 15명 중 일부가 아파트에 모이기 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태원의 한 클럽에 대해 서울 용산경찰서는 5일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경찰은 CCTV, 목격자 등을 확보해 이들의 행적을 확인할 방침이다.
A경장은 당시 이 클럽엔 가지 않았으며 일행도 이곳에서 모두 함께 어울리다가 아파트로 이동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A경장이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를 직접 구매해 모임에서 쓰려고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구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경장의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약독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이 모였던 아파트에서 주사기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알약을 압수해 정밀 감정 중이다.
주말 동호회 모임 중 일부가 심야에 마약류를 투약하는 자리에서 A경장이 왜 추락사한 지도 경찰이 수사로 규명해야 할 의문점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