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석달만에 다시 3%대…폭염에 과일값 '껑충'

입력 2023-09-05 09:53
8월 소비자물가 3.4%↑...4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
농산물 5.4% 올라..폭염에 과일물가 13.1%↑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도 들썩여


폭염·폭우 등 영향으로 과일값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가 뛴데다, 작년 높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석유류 가격도 상승폭을 키우며 전체 물가 오름세에 일조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8월 물가상승률은 전달(2.3%)과 비교해선 1.1%포인트 껑충 뛰었다. 2000년 9월(1.1%p) 이후 23년만에 최대 최대폭이다.

지난 2월부터 둔화한 물가상승률은 7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달엔 무더위와 폭우 등 이상기후 탓에 농산물이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과실 물가가 1년 전보다 13.1%나 상승했다.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품목별로는 사과(30.5%), 복숭아(23.8%) 등의 오름세가 컸다.

채소류는 작년 폭염에 따른 높은 물가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1% 하락했다. 다만 전달과 비교하면 16.5% 올랐다.

석유류는 11.0% 하락했다. 7월까지 계속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달(-25.9%)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8.1%나 올랐다. 7월부터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 데 따른 여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률이 2.3%에서 3.4%로 상승하는 데 석유류 물가의 기여도가 80%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농산물값 상승 영향으로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올해 3월(4.4%) 이후 최대 폭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9% 상승하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전달과 마찬가지로 3.3% 상승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물가로 볼 수 있는 두 지수가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다는 것은 8월 물가가 기조적 물가 흐름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변동이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8월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7월 중순 이후 상승한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고 호우·폭염 등에 따른 일시적인 농산물 가격상승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재부는 "9월에는 국제유가·기상여건 등 높은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지만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 이후 물가는 다시 안정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 안정 흐름의 회복을 위해 주요 품목의 가격·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의 성수품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0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6일부터 닭고기 추가 할당관세 물량 3만 톤을 도입한다"며 "7일부터는 사과, 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 톤 규모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달 28일까지 670억 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 행사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오는 11일부터 연말까지 수산물할인지원율을 확대해 수산물을 최대 60%까지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