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본격화 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한달 만에 종가 기준 7만원을 넘으며 전일 대비 6.13% 급등한 7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기대감이 솟구친 결과다.
현재 AI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데이터를 한 번에 대량으로 처리하는 '병렬 처리' 방식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엔비디아가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GPU에는 고성능 메모리인 HBM이 탑재되는데, 그동안은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해 왔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분기에 고객사에 샘플을 보냈고 현재 진행 중인 검증 절차는 3분기 말에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AI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들어감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 엔비디아 HBM3의 30%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HBM3P를 포함한 HBM 다음 세대 공급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파운드리,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원스톱 솔루션'으로 함께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동권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턴키(일괄 생산) 공급방식은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HBM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을 우려하는 대다수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신규 고객사 확대의 강점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HBM3 신규 고객사가 올해 4∼5곳에서 내년 8∼10곳으로 늘며 향후 2년간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으로,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GPU 업체로부터 HBM3와 패키징의 최종 품질 승인을 동시에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5세대 HBM인 HBM3P를 24기가바이트(GB) 기반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32Gb 제품은 동일 패키지 사이즈에서 아키텍처 개선을 통해 16Gb D램 대비 2배 용량을 구현, 128GB 모듈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공정 없이 제작할 수 있다.
HBM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이 TSV인 만큼 TSV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고용량 D램 모듈 제작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한정된 TSV 캐파(생산능력) 내에서 HBM 캐파가 늘어날 수 있어 HBM의 수요 급증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3 공급 가능성 소식에 이날 1.48% 하락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한발 앞선 만큼 HBM 성장세에 따른 기대감은 여전하다.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최근 초당 최대 1.15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HBM3E 개발에 성공했다. HBM3E는 HBM3의 확장 버전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E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HBM3E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천만GB로, 작년보다 6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