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은 음주女 탓?…총리 동거남 발언에 난리

입력 2023-08-30 22:16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동거인이 젊은 여성들에게 술에 취하지 않으면 성폭행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해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아 잠브루노씨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레테 4' 방송사 뉴스쇼 '오늘의 일기'에서 최근 잇따른 젊은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춤을 추러 간다면 술에 취할 권리가 있다"며 "여기에는 어떤 종류의 오해나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술에 취해 이성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늑대'와 마주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선 나폴리의 카이바노,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에서 술에 취한 젊은 여성이 집단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팔레르모 사건의 경우엔 성폭행 당시 촬영한 영상까지 발견됐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성범죄자들에 대한 화학적 거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탈리아 사회가 느낀 충격과 분노는 컸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 유발의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 생방송에서 나오자 후폭풍은 컸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세실리아 델리아 상원의원은 "잠브루노씨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남성들에게 동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인 오성운동(M5S)은 성명을 내고 "잠브루노씨가 이미 육체적, 정신적으로 파괴된 여성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잠브루노씨의 발언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에 잠브루노씨는 다음 날 뉴스쇼 '오늘의 일기'를 시작하며 "난 성폭행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며, 그 행위를 '가증스럽다'고 했고, 가해자를 '늑대'라고 표현했다"며 "내 말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악의가 있거나 이해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도 "남성이 술에 취한 여성을 자유롭게 성폭행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잘못된 헤드라인에 편승해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잠브루노씨는 멜로니 총리와 사실혼 관계로, 멜로니 총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