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도 현지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감지되지 않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미국 CNN에 따르면 전날 저녁 러시아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은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단신 보도 처리했다.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했다고 속보로 전하면서 비행기에 총 10명이 탑승했으며 모두 사망했다고 간략하게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제1채널'은 이 비행기가 승무원 3명과 승객 7명을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응급 구조팀이 현장에 있다고 짧게 전했다. '제1채널'이 저녁 메인 뉴스에서 관련 소식에 할애한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두 방송 보도 모두 러시아 항공당국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탑승자 명단에 있었다고 전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설명은 없었다.
대신 이들 러시아 국영 방송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쿠르스크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주재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부의 보도 통제를 받은 러시아 국영 방송들이 프리고진 사망 소식을 축소 보도하는 가운데 러시아 시민들의 반응도 충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사실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이 사건이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정적들을 제거해온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모스크바 진격까지 시도했던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장 반란으로 전례 없는 '굴욕'을 안겼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의 제거가 시간 문제로 여겨진 상황에서 러시아 시민들은 보다 신속한 보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 존'은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반역자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