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용기 추락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죽음을 두고 온라인에서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죽은 것처럼 위장했을 뿐 실제로는 살아있다거나 프리고진의 죽음에 미국이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다.
또 모스크바에서 두 대의 비행기가 짧은 시차를 두고 이륙했으며, 프리고진은 추락하지 않은 두 번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NYT는 프리고진의 죽음을 둘러싼 불분명한 상황이 가짜 정보가 쉽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면서 프리고진이 가짜 뉴스를 통한 여론조작 배후로 지목돼 왔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10여년 전 설립한 여론 조작 기관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통해 2016년 미국 대선 때 영향력을 행사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한 갖가지 추론과 추정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프리고진이 추락한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있다는 것뿐이어서 실제 탑승 여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고기에 프리고진의 오른팔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동승했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인 이고리 수슈코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프리고진의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반란의 또 다른 주역인 우트킨이 프리고진과 함께 같은 비행기에 탔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고가 프리고진이 크렘린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민 자작극일 가능성과 함께 정교하게 기획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복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매디슨 위스콘신대학의 미하일 트로이츠키 교수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의도적인 파괴행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트로이츠키 교수는 이번 사고가 프리고진의 자작극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 러시아 내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겼다면서 결국 푸틴 대통령이 보복할 것이란 것을 프리고진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제트기가 추락했다면서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 이름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친(親)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이 바그너그룹의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프리고진이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그레이존은 사고 시점에 바그너그룹 전용기 2대가 동시에 비행 중이었고, 1대가 추락한 뒤 나머지 1대는 모스크바 남부의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했다며 프리고진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