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통계 숨기니…투자자 '당혹'

입력 2023-08-19 18:02
수정 2023-08-19 18:13


중국이 사상 최고로 치솟은 청년실업률 발표를 갑자기 중단해 버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중국 경제 둔화 속 경제 데이터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짜증이 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중국판 블룸버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하이 소재 금융정보제공업체 '윈드'에서 검색한 결과, 중국 각급 정부 통계 당국에서 발표해온 수백개의 데이터 시리즈들이 최근 몇년간 중단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윈드를 통해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데이터의 상당수는 지방 경제 지표나 산업별 수치로, 청년실업률에 비해서는 덜 주목받는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윈드 팝업창에는 해외 이용자들이 특정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중국 법과 규정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하며,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정보와 사용 목적을 제공해야 한다는 안내가 뜬다고 덧붙였다.

SCMP는 이같은 상황이 컨설팅 업체에 대한 단속, 국경 간 데이터 이전에 대한 조사 강화, 개정 반간첩법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 평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터넷 감독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 3월 다양한 중국 정보 제공업체들에 기업등록과 특허, 물자조달 정보, 학술지, 통계 연보 등에 대한 해외에서의 접근을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학술정보 사이트 즈왕(CNKI)은 4월 1일부터 해외 대학과 연구기관의 자료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후 윈드도 기업등록 정보 등 특정 정보에 대한 해외 기관의 접근을 차단했다.

CAC는 지난해 9월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외 타국으로 전송하는 기업에 대해 보안 심사를 의무화했다.

중국은 올초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미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하는 등 컨설팅 업체를 단속하고 있으며, 지난달 1일에는 간첩의 정의를 확대한 강화된 반간첩법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6월 16∼24세 청년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찍자 돌연 7월 실업률 발표를 중단해버렸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그간 자신들이 발표해온 실업률이 과학적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여러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청년실업률에 관심이 집중되자 돌연 '통계 최적화'가 필요하다며 이의 공개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다른 많은 자료의 발표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 중국 경제 위기가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큰 상황에서 중국의 공식 집값 자료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미 리서치업체 차이나베이지북인터내셔널의 쉬자드 콰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해당 청문회에서 중국 관리들이 지난 10년간 수많은 경제 데이터의 발표를 가로막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러한 결정과 일들의 누적된 결과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더욱 정보의 블랙홀이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현장 답사나 자체 대체 지표를 개발해 중국 경제를 판단하려고 애쓴다고 SCMP는 전했다. 모건스탠리, UBS 등 미국 투자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중국 고객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중국 현지 답사 결과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