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52)가 최근 미국의 하락장에 2조원 넘게 베팅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런 버핏(92) 역시 하락장을 예상하는 듯한 투자 행보를 보인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공매도를 걸어 27억달러(3조6천억원)를 벌어들인 버리는 최근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데 16억달러(2조1천500억원)를 투자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와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그가 운영하는 투자법인인 사이언 매니지먼트는 올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대한 풋옵션을 8억6천600만달러(1조1천600억원) 어치 사들였다. 나스닥 100 지수를 따르는 펀드의 풋옵션도 7억3천900만달러(9천900억원)가량 매수했다.
풋옵션은 특정 상품을 일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로 보통 상품 가격이 추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풋옵션을 산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90% 이상은 미국 시장의 하락장에 투자된 셈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 미국 주식 시장은 나쁘지 않다. 올해 S&P 500 지수는 17% 이상 올랐고 나스닥 종합 지수도 30% 치솟았다. 경제 침체에 대한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인의 소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실업률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이제 끝이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하락장을 염두에 둔 투자 행보를 보였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2분기에 주식을 산 것보다 80억달러(10조7천억원) 어치를 더 팔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이 하락장을 예측한 것은 혹시나 다른 이는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 미국 은행 위기 등을 거론했다.
반면 다른 펀드 매니저들은 글로벌 증시에 대해 대부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5일 발표한 '8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현금 비중은 4.8%로 전달 5.3%에서 0.5%포인트 떨어졌다. 현금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 등에 더 투자했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