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투항'…中 시장 사업 재편성

입력 2023-08-16 16:46
수정 2023-08-16 16:56


미국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가 대대적으로 공략에 나섰던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사업 재편성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브리지오 프레다 에스티로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아시아 공급망을 정비하고 미국에서는 백화점 판매 의존도를 더욱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스티로더는 중국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재고 처리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이 현실화 되고 청년(16~24세) 실업률이 지난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 내 화장품 판매는 급감했다.

미국에서도 에스티로더는 고전 중이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데다 매출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소셜미디어 유행을 타고 치고 올라오는 등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프레다 CEO는 이달 18일로 예정된 2023 회계연도 실적 발표와 관련해 아시아권에서의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매출이 12%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가도 하향세다. 에스티로더 주가는 올해 들어 3분의 1가량 하락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8개 은행은 중국에서의 화장품 판매 저조와 고급 화장품 시장 전망 약화를 이유로 에스티로더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한 상황이다.

에스티로더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틱톡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유행에 더 빠르게 대응하며 타깃과 세포라 등 소매점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스티로더는 작년까지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조치 등으로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아시아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한다. 에스티로더는 일본에 제조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 공장은 올해 말 완공돼 아시아 전역에 물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중국에는 하이난과 광저우에 각각 물류센터를 열 예정이다.

일각에선 에스티로더가 일본에 제조 공장을 짓는 건 더는 중국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서치 기업 칸타의 애슐리 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최근 경제 지표가 반등을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안으로 다른 시장을 강화하려 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