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반도체 설계기업인 그로크(Groq)의 차세대 AI 칩을 생산합니다.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세에도 삼성이 첨단 칩 수주에 성공하며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AI 가속기 칩 팹리스인 그로크가 "미국에서 가동될 예정인 삼성전자 4나노미터 공정(SF4X)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제조할 것"이라고 현지시간 15일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첫 고객사를 확보한 겁니다.
그로크는 구글 출신인 조나단 로스가 2016년에 설립한 팹리스로, 데이터 센터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그로크의 차세대 AI 칩은 기존 제품 대비 최고 4배가량 전력 효율이 높고,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로크는 이 칩을 8만5천개에서 최대 60만개까지 활용해 AI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약 23조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칩 양산을 시작해, 그로크의 AI 칩도 이 시점에 맞춰 생산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시장에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공장을 짓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의 고객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로크과의 협업으로 성능을 입증해 내면 향후 퀄컴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정호 /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고객으로 엔비디아나 AMD 같은 회사를 확보하면 좋은데 그게 좀 시간이 걸리겠죠. 마냥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 이런 팹리스 회사들을 끌어들여서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더 유인책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4나노 현재 수율을 75% 이상으로 예상하며 "수율 개선으로 퀄컴과 엔비디아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최신 고성능 칩을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상반기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일부를 매각해 3조원 안팎의 자금을 현금화했습니다.
이를 테일러 공장 등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자해 반도체 업황 반등기에 대비해 '초격차 베팅'에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영상편집: 이가인. CG: 박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