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헤드록 건 초등생, "나도 피해자"라며 소송

입력 2023-08-16 15:12


같은 반 친구와 다투다 머리채를 잡고 '헤드록'까지 걸었다가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초등학생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교육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초등생 A양이 경기도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 처분 결과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A양은 "사회봉사 등 처분을 취소하고 자신도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의 청구를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양은 초등학교 5학년인 지난해 6월 평소 다툼이 잦던 친구 B양과 그네를 타다가 서로 몸이 부딪쳤고 또 말다툼을 했다. 격분한 A양은 손으로 B양 머리채를 잡고 목을 팔로 감싸는 격투기 기술인 헤드록을 건 뒤 발로 배를 찼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겨우 뜯어 말려 교실로 돌아오고 나서도 A양은 B양 팔을 잡아당겼고, 선생님이 둘을 다시 떼어 놨다.

나흘 뒤 학교장은 B양 측으로부터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열흘 동안 조사해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A양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사회봉사 8시간, 협박·보복 금지, 특별교육 5시간 등 처분을 통보했다.

A양은 B양이 머리띠를 가져가거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등 자신도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심의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양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 변호인은 재판에서 "원고도 B양으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대응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만 10살에 불과한 미성년자에게 내린 사회봉사 명령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고, 아동에게 노동을 시키지 못하게 한 국제규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양의 행위가 학교폭력이어서 징계는 정당하고 사회봉사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사회봉사 명령은 가해 학생을 선도하고 피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사회봉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국제규약이 금지하는 아동 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도 B양으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과장돼 있다"며 "원고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입증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원고는 자신의 가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심의위의 사실인정에 위법이 있다고 볼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