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조작 논란이 일었던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금융권을 대표하는 '5대 은행'만큼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따가운 여론 등을 의식해 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보험사들은 사회 공헌에 상대적으로 인색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취약층 지원을 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보험사들 상반기 8조원 쓸어 담아…회계 논란 '여전'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8조여원 수준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가 4천6천여억원, 생명보험사가 3조4천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2금융권인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순이익이 카드사와 증권회사에게도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5대 은행을 합친 수준을 능가해서 돈을 번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000810]의 상반기 순이익이 1조2천1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DB손해보험[005830](9천181억원), 메리츠화재(8천390억원), 현대해상[001450](5천780억원), KB손해보험(5천252억원), 한화손해보험[000370](1천837억원), NH농협손해보험(1천413억원), 롯데손해보험[000400](1천129억원) 순이었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032830]의 상반기 순이익이 9천74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한화생명[088350](7천37억원), 교보생명(6천715억원), 신한라이프(3천117억원), 미래에셋생명[085620](1천987억원), 동양생명[082640](1천861억원), NH농협생명(1천415억원)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을 능가하는 수익을 낸 보험회사들의 실적을 놓고 '회계 조작 논란'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회계를 조작할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는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때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전진법'이 아닌 재무제표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소급법' 적용을 시도해 회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며,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본격 적용된 첫해인데 상반기 실적이 너무 좋게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보험 영업 환경은 지난해보다 전혀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은행·카드사들도 사회공헌 하는데…보험사들 '요지부동'
은행들과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반강제적으로 사회 공헌에 나서는 것과 달리, 5대 은행급 실적을 거둔 보험사들이 요지부동인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권은 '이자 장사' 논란이 일자 올해부터 3년간 10조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들 방문에 맞춰 취약층을 위한 특판 대출 상품 등 금융 지원책을 쏟아냈다.
카드사들도 이복현 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소상공인과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1조8천여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놨다.
반면 보험사의 경우 한화생명이 이복현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030 목돈 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내놓게 거의 유일하며 업계 차원에서 상생 금융 지원책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보험사들은 기존에도 사회공헌위원회 등을 통해 상생 금융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은행들이나 카드사들은 기존의 사회 공헌 외에 추가로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상생 금융 지원이 저조함에 따라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나 취약층을 위한 특별 보험 상품 출시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태풍과 폭우 속에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데다 역대급 실적까지 거둬 보험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등 7개 중·대형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70%대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대로 보고 있다.
이는 올해 하반기 중·대형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태풍에도 다행히 차량 피해가 크지 않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