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사료 자원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곤충을 원료로 자연에서 잔류 오염물질 없이 완전히 분해되는 고기능성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 A&M대학 캐런 울리 교수팀은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화학회 가을회의(ACS Fall 2023)에서 동물 사료 등으로 기르는 동애등에(black soldier flies)의 성충 사체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울리 박사는 "20여년 간 사탕수수 등의 포도당 같은 천연물로 생분해성 고분자를 만드는 법을 연구했지만 이런 재료는 식량, 연료 등 다른 용도로도 쓰여 한계가 있다"며 "이 연구는 다른 용도가 없는 대체 재료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많은 단백질과 영양 성분이 들어 있는 유충이 동물 사료로 쓰이고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분해하는 데 활용되는 동애등에의 성충이 번식기 후 그대로 버려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 죽은 동애등에의 주요 성분이 곤충이나 갑각류의 딱딱한 외골격을 이루는 키틴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새우와 게 껍데기 등에서 키틴을 뽑아내는 기술을 적용해 동애등에 사체에서 키틴을 추출, 정제했다.
키틴은 당 성분 기반의 무독성,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로 곤충, 새우, 게 등의 껍질에 많이 들어 있으며 대량 추출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공동연구자인 캐시디 티베츠 연구원(박사과정)은 "말 그대로 쓰레기에 불과한 것으로 유용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며 버려지는 성충 파리에서 키틴을 추출해 활용하는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정제된 파리 키틴에서 아세틸기(acetyl group)를 떼어내 키토산(chitosan)으로 전환한 다음, 기능성 그룹을 붙이고 교차결합을 형성시켜 흡수력이 뛰어난 하이드로겔 형태의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
분석 결과 합성된 바이오플라스틱은 자기 무게의 47배에 달하는 물을 빨아들여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흡수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울리 교수는 "텍사스에서는 홍수나 가뭄이 끊이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흡수성 하이드로겔 개발을 추진해왔다"며 "개발된 하이드로겔은 홍수 때 물을 흡수했다가 가뭄 때 방출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분해성이어서 분해될 때 나오는 물질은 식물의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키틴을 단량체인 글루코사민으로 분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글루코사민을 원료로 석유화학 물질로 제조돼온 폴리카보네이트나 폴리우레탄 같은 플라스틱을 생분해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울리 교수는 "동애등에 사체 물질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폐기하면 완전 분해되거나 소화되기 때문에 현재의 플라스틱 오염 같은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며 "이는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EPA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