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가 상승 현상과는 반대로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중국의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에까지 파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최근 중국 수출이 3개월 연속, 수입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물가 하락 소식까지 겹치며 전 세계가 중국의 정체된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조짐은 지난 25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성장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우려스러운 위험요인이라고 신문은 짚었다.
캐나다 금융 리서치업체 BCA 리서치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40%를 담당했다. 미국의 비중은 22%이고 유로존 20개국은 9%에 그친다.
중국 경제의 약화는 브라질산 대두부터 미국산 쇠고기, 이탈리아제 사치품은 물론 석유, 광물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수요가 줄게 됨을 뜻한다. 맥쿼리의 중국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중국의 경기 후퇴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아주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시한폭탄(time bomb)'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중국 당국이 올해 초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풀었음에도 기대했던 '보복 소비'는 커녕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더딘 데에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센 소장은 "중국 경제 회복이 얼마나 미약한지 목격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포센 소장은 당국의 무리한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린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중국 지도자들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사람들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제로 코로나는 이전과 너무나 동떨어진 방식이어서 중국 소비자와 소기업들이 겁에 질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가계 저축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사람들이 더 유동적인 자산에 쏠리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두려움을 나타내며 스스로 보험을 들어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위축된 데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도 한몫했다. 중국에서는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 일부 제한을 풀고 있지만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며 부동산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은 막대한 부채 때문에 당국이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제한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2%에 달한다.
NY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손실 규모를 억제하면서 보다 느린 성장으로 점진적인 전환을 이루는 것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이지만, 부채 문제로 정부 대응의 효과가 제한된다면 주택자금 폭락과 통제 불능의 자금 이탈 등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