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영향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발표한 7일 야영지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은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의 발표가 난 뒤 오후 3시 30분께부터 델타구역(각 대표단들이 꾸린 홍보부스 등이 마련된 곳)에서는 벌써 그늘막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 기둥을 뽑아 분리하고 천막을 접어 트럭에 싣느라 분주했다.
현장에는 1t 트럭 4∼5대가 쉴 새 없이 현장을 오가며 해체된 그늘막을 실어 날랐다.
각국 대표단들이 자국 문화를 알리던 홍보부스들도 정리되고 있었다.
대원들은 국기가 그려진 깃발을 걷어 접고, 홍보부스 안의 각종 물건도 하나씩 가방에 담았다.
전 세계 대원들이 자유롭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라운지 텐트는 이미 테이블과 의자 등을 빼내 텅텅 비어있기도 했다
대원들은 대부분 조기 철수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덴마크에서 왔다는 마리우스(14)군은 "대장이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쯤 태풍 때문에 우리 모두 서울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며 "이제 적응도 되고, 여건도 좋아져서 오래 더 머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브라질에서 온 로렌(15)양도 "어디로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이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몇 년 동안 기대했던 잼버리였는데,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에나(16)양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왔다는 김요한(15)군은 "폴란드 대원들이랑 같이 텐트를 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재밌었다"며 "덥긴 했지만 즐거웠는데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한다니 안타깝다"며 말을 흐렸다.
갑작스레 야영지에서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된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기념품 매장 앞에는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평소와 달리 대기 텐트 5동가량을 다 채울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리스에서 온 아리아드니(17)양은 "내일은 이곳이 문을 닫을 것 같아서 서둘러 왔다"며 "새만금에서의 여름을 기억할 수 있는 제품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알렉산드라(14)양도 "잼버리 마스코트 인형을 사고 싶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아직 철수 소식을 알지 못하는 스카우트 대원들도 있었다.
친구 3명과 함께 델타구역 입구 쪽을 돌아다니던 인도 국적의 카비아(15)양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 전혀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비아 양은 "떠나는 날짜가 정해졌느냐"고 재차 물으며 "이곳에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 처음보다 여건이 많이 개선돼 세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정말 재밌게 지내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