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나홀로 디플레' 언제까지? "정부에 달렸다"

입력 2023-07-31 16:39


주요 국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가 전역에 걸쳐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철강, 시멘트, 화학제품 등 중국 공장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가격이 지난 몇 달간 하락했다. 소비자 물가도 보합세를 보였다. 설탕, 계란, 의류, 가전제품 등의 상품 수요가 부진해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쳤고 2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전망치(7%대 초반)보다 낮은 6.3%에 그쳤다.

WSJ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심화 원인으로 가라앉은 소비 지출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서구의 수요 덕분에 중국의 수출이 급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중국 생산자 물가는 2020년 초부터 지난해 4월 정점까지 12% 올랐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중국 정부의 방역 봉쇄 해제와 서방의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꺾였다. 공장들은 서방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렸다가 지금은 과잉 생산 상태다.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가격 하락 압력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세계 에너지와 식품 가격도 이전보다 약세를 보인다. 중국업체와 테슬라 등의 전기차 가격 경쟁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도 하락 중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대규모 적자 재정 정책 도입을 꺼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은 이미 빚이 많아 신규 대출을 떠안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디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지속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영향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과거 일본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중국처럼 당시 일본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기업과 가계는 부채를 갚기 위해 지출을 크게 줄여야 했다.

1995년께 처음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일본은 2008∼2009년 금융위기까지 여파가 지속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금도 일본은 높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말 성장 동력을 되찾는다면 추가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말께 인플레이션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채권에 대해 연초 '비중 축소' 의견을 냈던 세계적인 채권 운용사 핌코도 최근 관련 의견을 '중립'으로 수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빠져나갔던 글로벌 펀드도 지난 5월부터 다시 중국 채권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의 이런 움직임에는 미국 금리가 곧 정점을 찍고 중국 통화 정책이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