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물질'이라던데…'상온 초전도체 구현' 韓 연구 논란

입력 2023-07-30 09:00
수정 2023-07-30 10:29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28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에 관해 쓴 두 개의 논문이 올라왔다.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사이트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는 구조다. 이곳에 나온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상온 초전도체는 과학계의 오랜 꿈 중 하나다. 초전도 현상은 금속 등에서 전기저항이 어느 온도 아래에서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 저항을 없애면 저항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나 전력망 등에 사용처가 무궁무진하지만, 현재는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며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가 섭씨 127도(400K)라고 주장했다. 이는 온도가 127도 이하일 때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들은 1990년대 고려대 화학과 최동식 명예교수가 주장한 이론을 바탕으로 20여 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고려대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해외에서는 외신들이 잇따라 소개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한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에서 데이터가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물질 특성상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7일(현지시간) 이번 논문에 대해 조망하며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학계의 반응을 실었다.

사이언스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 내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1주일 내로 물리학자들이 이번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회사 연구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저자들의 허락 없이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임의로 아카이브에 게재한 것"이라며 "아카이브에 내려달라는 요청을 해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권 연구교수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었지만 4개월 전 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연구결과를 정리해 정식 학술지에 보낸 상황으로 동료 평가를 통해 검증받을 것"이라며 "이미 제작법 등이 공개된 만큼 곧 학계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