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 아파트 구조와 비슷해 주거 목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할 경우 억대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거주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습니다.
생숙에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전세 사고도 우려됩니다.
양현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A씨.
3년 전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위해 생활형 숙박시설을 샀습니다.
[생숙 거주자 A씨 : 부모님과 둘이서 살고 있는데 계속 전세로만 사시다가. 저에게도 첫 집이고 새 아파트 구매하는 거라 들뜬 마음으로 구매했고…효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새 집을 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몇 달 뒤 국토교통부가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당장 10월부터 A씨가 지금처럼 거주하면 공시지가의 10%를 과태료로 내야합니다.
공시가가 10억이라면 매년 1억 원씩 물어내야 내 집에서 살 수 있는 겁니다.
[생숙 거주자 A씨 : 부모님도 자식이 집을 샀으니까 너무 좋아하셨는데…강제이행금도 작지 않은 금액이라 하루아침에 쫓겨난 상황이 암담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토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만큼 예정대로 단속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A씨처럼 주거용으로 생숙을 구매한 사람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생숙이 입주자 모집 공고 때 일반 아파트와 다름없다고 알렸고 "숙박업 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까지 했다는 이유에 섭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승인까지 내려진 만큼 분양을 받은 입장에서는 불법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장혜원 /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부회장: 생숙이 주거형태로 분양하는 조건으로 지난 십여 년간 지자체와 건축 승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건축환경을 무시하고 규제하고 있지 않다가 생숙에 대한 주거불가역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 책임을 사적인 갈등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침대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기 위해선 기존보다 많은 주차면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주차장 공간 확보 자체가 어렵습니다.
또 복도 폭을 넓히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사실상 건물을 새로 허물고 지어야 가능할 정도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생활형 숙박시설 수는 9만여 가구 수준입니다. 이중 실제 용도변경된 사례는 1%에 불과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생숙 거주자들에게 시행사와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김예림 /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 : 최초 분양자 같은 경우에는 분양광고 등이 명확하게 자료가 남아있잖아요. 그런데 한 번 더 매도인을 거쳐 매수했다면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고지 받았다거나 이런 부분이 입증돼야 하는 불편함이 있거든요. 분양계약 취소가 까다로울 수 있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생숙에 전세처럼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점입니다.
주거용이 아닌 만큼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른 세입자를 받기 힘들어지는 데다 대출도 어려워져 '제2의 전세 사고'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