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문턱을 낮춘다.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에 은행채와 공사채, 우량 회사채 등을 추가한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긴급 여신제도를 활성화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출제도 개편안을 27일 의결했다.
한은이 대출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뱅크런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 투매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한은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은행에 대해선 상시 대출제도인 자금조정대출을 운영하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 등 비은행에 대해선 한은법 80조에 따라 긴급여신을 지원한다.
하지만 주요국에 비해 담보증권 인정 범위가 좁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컸다.
이에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에 은행채, 9개 공공기관 발행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잔존만기 5년 이내 AA- 이상)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에는 최대 90조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는 최대 37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자금조정대출 금리는 현행 ‘기준금리+100bp’에서 ‘기준금리+50bp’로 낮춘다. 대출 만기도 기존에는 최대 1개월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했지만, 최대 3개월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선 긴급여신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한은법 80조는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통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여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기 위해 감독당국과 수시 정보공유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중앙회에 대한 대출 시에도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에 대한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1년 안팎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금통위 의결 후 시행할 예정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한은이 해당 기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자료제출요구권 등 제도적 여건을 갖춘 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