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교실 내 혼란과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을 막기 위해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교육 성과를 줄이고 휴대전화 등 화면에 장기간 노출되면 어린이의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금지에 대한 촉구는 교육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 중심적' 비전에 앞서서는 안 되며 교사와 학생 간 대면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디지털 기술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나 경제적 효율성이 과대평가 됐을 수 있다면서 당국이 디지털 기술을 성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경고했다.
교육의 디지털·온라인 전환과 관련해 교육의 사회적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의 사용은 향상된 학습 경험, 학생과 교사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온라인은 인간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보고서에서 각국이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분명한 목적과 원칙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 개인의 건강, 사회 전체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이로운 방향이어야 하며, 사생활 침해나 온라인 혐오 확산과 같은 악영향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의 과도한 사용과 학생들의 성과 간 부정적인 연관성을 시사하는 대규모 국제평가 데이터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교실이나 가정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과도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주의가 산만해지고 학습에 해로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국가들이 디지털 학습과 관련해 "학습자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중국 사례를 보면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체 시간의 30%로 제한된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 200개 교육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6개국 중 1개국이 법이나 지침을 통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2018년에 이같은 정책을 도입한 프랑스와 2024년부터 제한하기로 한 네덜란드가 포함된다.
이번 달 금지를 발표하면서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은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공부를 잘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며 "연구 결과가 휴대전화는 방해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중등학교의 스마트폰 사용 정책은 학교장 재량이다.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교육 격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수많은 학생이 교육을 이어갈 기회를 열어줬지만, 동시에 인터넷 등 값비싼 교육 인프라 탓에 빈곤계층이 교육에서 소외되는 위험도 커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진=EPA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