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열 양상을 띠는 이차전지 투자 열풍과 관련해 증권가 내부에서 쏠림 현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강대석 연구원은 26일 포스코와 에코프로그룹주 급등 현상을 언급하며 "이차전지 밸류체인 강세가 다시 부각되면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재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달 들어 11.8% 상승했다"며 "통상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지수 상승을 시장 참여자들이 마냥 반가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차전지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놓고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가계에 여유 자금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에 초과저축이 많이 남아 100조원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2020∼2022년)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에 초과저축이 많이 남아 개인투자자의 영향이 커졌고 자산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자산 가격 움직임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강력한 쏠림현상"이라며 "일부는 금리 인상으로 여유롭지는 않은 자금시장 탓에, 일부는 초과저축이 넉넉한 개인투자자의 영향에 각각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2020∼2021년 강세장에서 거의 모든 자산이 상승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거래량 비중은 지난 4월의 고점을 넘어선 '과열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시장이 부진하면 과열 국면의 투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증시가 쉬게 되면 일단 일부종목으로 쏠림이 강화하지만, 괴리가 더욱 지속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약세로 전환하면 쏠림현상도 버티기 어렵고 과열 국면에서 투자한 종목은 부담이 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모멘텀이나 시가총액 대비 거래량의 쏠림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우려되는 부분은 시장 상승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팩터의 과열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오르지 못하면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들은 조바심에 패자 종목들을 매도하면서 주도주를 매수하기 때문에 주도주는 오르지만, 지수는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5년 바이오 업종 쏠림현상 때도 비슷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모멘텀 주식들이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선호로 상승하고 있지만, 신규 자금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하면 해당 종목의 우위가 계속되기 어렵다"며 "기존 보유자는 점진적인 차익 실현 기회를 봐야 하지만 반대로 숏(매도) 포지션은 쏠림 지속에 따른 상승 위험이 여전히 커 위험한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