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교사들이 직접 겪은 학부모들의 악성민원 사례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24일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학부모 악성민원 사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11시 이 사이트를 개설하며 2만2천여명의 조합원 교사에게 사이트 개설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사이트에는 문을 연 지 나흘째인 이날 오전 9시까지 1천653건의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유아특수교사 A씨는 입학식 날 3세 특수반에 입학한 유아의 학부모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라며 악성민원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결혼했어요? 아 아직이시구나. 미혼 선생님이 아이들을 열정 있게 잘 가르쳐주시던데 선생님은 제 아들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공립유치원 교사 B씨는 "아이가 집에서는 채소를 먹지 못하는데 유치원에선 먹여주세요. 단, 억지로 먹이면 안 됩니다"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B씨는 적지 않은 학부모가 이와 비슷한 요구를 해서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는 교사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특수교사는 C씨는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저는 무기가 많아요",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가 다 위원인 거 아시죠?", "내가 아동학대로 고소해야겠어요? 우리 애가 선생님 싫다는데 내가 학운위라 교장선생님 봐서 참아주는 거야" 등의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며 교육활동에 학부모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D교사는 "여학생이 남학생한테 욕을 해서 남학생이 해당 여학생 정강이를 차 이를 부모한테 알렸는데 여학생 부모가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못할뿐더러 아이는 허벅지를 맞았다고 하던데 왜 정강이라고 하느냐'며 새벽에 항의하고 변호사와 함께 학교에 찾아와 교장선생님과 함께 빌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서울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담당교사로 근무하던 교사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는 "학폭 가해자 부모로부터 소송당하고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4년 전 39세에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려나 보다"고 적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사들이 마음껏 피해 사례를 알릴 수 있도록 기한을 두지 않고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라는 소문이 확산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