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 이병이 지난 18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그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아이작 테일러 대령은 남측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킹의 월북과 관련해 핫라인으로 북한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테일러 대령은 "우리는 그들(북한)과 연락했고 그들이 우리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유엔을 포함한 여러 채널이 있지만 아직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서도 아직 킹의 월북에 대해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킹 이병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지내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킹의 위치나 건강 상태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한 당국자는 킹이 군사분계선을 건너자마자 바로 승합차에 실려 갔다며, 킹이 북한 수도 평양으로 이송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킹 사건에 대한 북미 간 조율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ABC 방송은 북한의 침묵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간 소통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색된 대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협을 지속해 소통이 쉽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폐쇄적으로 변한 상태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인적 왕래를 중단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북한도 서서히 무역을 재개하고 있지만 국경 통행 문제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지난 3년 동안 북한 입국이 허용된 인물은 신임 중국대사 등 일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제한이 끝날 때까지 이 군인(킹)은 북한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코로나19 제한을 해제하기까지 2∼4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킹 이병을 체제 선전이나 대미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킹을 선전도구로 활용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판단하면 그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AP 통신에 "그들(북한)은 그(킹)가 (선전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아니라고 여긴다면 이미 취약해진 (미국과) 관계를 더 악화하지 않으려고 바로 그를 돌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