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결혼식에 거액…민심 '부글부글'

입력 2023-07-21 11:21
수정 2023-07-21 11:28


우리 돈 2천만원에 가까운 거액을 들여 초호화 '반려견 결혼식'을 연 인도네시아 공무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쇼핑몰에서 대형견인 알래스칸 맬러뮤트 조조(수컷)와 루나(암컷)의 결혼식이 열렸다.

조조와 루나는 자바 전통 혼례복을 입고 주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결혼식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2억 루피아(약 1천714만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았다. 사람이 아닌 개에게 자바 전통 혼례 복장을 입혀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개는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취급받는다.

자신의 사치를 과시한 것도 문제가 됐다. SNS에서는 이들의 사진이 공유되며 "불필요하게 돈을 낭비하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왔어야 했다", "돈을 낭비하고 신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과시하려는 욕망에 짓밟혀 상식이 사라졌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7천만명 중 16%는 하루 소득이 3.2달러(약 4천100원) 이하인 빈곤층이다. 빈곤층의 10년 치 소득보다 많은 돈을 반려견을 위한 하루 이벤트에 사용했다며 비난을 받은 것이다.

특히 암컷 개 루나의 주인인 인디라 랏나사리 씨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직원인 것이 알려지면서 더 논란이 됐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연설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SNS를 비롯해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조조와 루나의 주인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이들은 자바 문화를 모욕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자바의 결혼식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였다고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