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혁신적으로 저렴해진 항공권 가격이 더 많은 비행 수요를 유발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비슷한 행선지를 오가는 기차표 가격이 항공권 가격의 2배에 달한다고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린피스는 총 9일 동안 총 211개 노선에 대한 티켓 가격을 비교한 결과 79개 노선에서 철도 여행이 항공 여행보다 평균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갈 때 기차를 타면 비행기를 탈 때보다 최대 30배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운동가들은 유럽의 저렴한 항공권과 비싼 기차표가 환경을 오염하는 교통 행태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항공업계에 대한 터무니없는 세금 우대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은 등유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비행기 값에도 세금을 거의 물리지 않는다.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 정부들이 지난해 항공에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바람에 342억유로(약 49조원)의 손실을 봤으며, 이러한 '택스 갭(tax gap·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세금)이 2025년 471억유로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피스의 기후 운동가 로렐라이 리무쟁은 "10유로(약 1만5천원)짜리 항공권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이 실제 값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은 지구와 사람들을 위해 기차 비용을 더욱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린나에우스 대학에서 항공의 탄소배출을 연구하는 스테판 예슬린 교수는 "간단히 말해 비행기를 타면 보조금을 받고, 기차를 타면 높은 가격과 종종 더 긴 여행 시간으로 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비행이 기차 여행에 비해 환경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항공 산업이 세계 탄소 관련 오염의 약 2.5%를 일으키며, 지구 온난화를 악화하는 다른 가스들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각국 정부에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되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기후 티켓'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