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숙연하게 만드는 '고래 떼죽음'의 비밀

입력 2023-07-17 16:41


영국 스코틀랜드 해변에 고래 50여마리가 떠밀려와 집단 폐사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지 텔레그래프·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같은 고래의 떼죽음은 이 종이 가진 '협동하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전 7시께 스코틀랜드 북서부 루이스섬 노스톨스타에 있는 트라이모르 해변으로 들쇠고래(pilot whale) 55마리가 떠밀려와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해양생물 보호단체 '영국다이버해양구조대'(BDMLR)가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대부분은 폐사하고 약 15마리만 살아있었다. 구조대는 아직 활발하게 움직이는 들쇠고래 두 마리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인근 해변에 다시 좌초해 폐사했고 한 마리만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몇 마리가 더 죽어 10여마리 만이 남았지만 거친 파도로 구조작업이 어려웠다. 구조대는 결국 고래들이 물 밖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해 같은 날 오후 남은 개체 모두를 안락사시켰다.

들쇠고래는 참돌고래과에 속하는 종으로 성체의 크기는 길이 6m에 몸무게 1톤(t)에 이른다. 이런 엄청난 덩치가 돌쇠고래의 폐사 원인이기도 하다.

BDMLR에서 복지·보호 책임자로 일했던 댄 자비스는 BBC에 "(들쇠고래들은) 진화하면서 육지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 때문에 해변에 올라오면 (자기 몸에) 압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들쇠고래는 해변에 떠밀려와 떼죽임당하는 경우가 다른 종보다 잦은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이 고래 종은 동료 고래가 어려움에 처하면 나머지도 따라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이번에 집단 폐사한 돌고래들도 출산 도중 문제가 생긴 암컷 돌고래 한 마리를 따라 좌초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대 관계자는 "들쇠고래들은 사회적 유대가 너무 강해 한 마리가 어려움에 빠져 뭍으로 떠밀려 올라오면 나머지도 따라와 더 많은 고래가 좌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