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았다"…남성 호르몬 논란 女선수 첫 승소

입력 2023-07-11 22:40


'남성 호르몬 규정'을 놓고 세계육상연맹과 법적 다툼을 벌이는 캐스터 세메냐(32·남아프리카공화국)가 처음으로 승소했다.

AP통신은 11일(한국시간) "유럽인권재판소가 판사 4대 3의 의견으로 세메냐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다"며 "세메냐가 고소한 상대는 세계육상연맹이 아닌 스위스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스위스 연방법원이었다"고 전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CAS와 스위스 연방법원이 '세메냐가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지 못했고, 구제받을 권리도 침해했다"며 "스위스 정부는 세메냐에게 6만유로(약 8천5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메냐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800m 2연패를 달성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차례 800m 챔피언(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7년 런던)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이 2018년 11월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 이하로 정하면서 세메냐는 2019년부터 주 종목 800m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육상연맹의 DSD 규정은 이른바 '세메냐 룰'이라고 불린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다.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로 예상한다.

세메냐는 "나를 겨냥한 규정"이라며 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2019년 세계육상연맹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

세메냐는 2020년 스위스 연방법원에서 다툼을 이어갔지만, 스위스 연방법원도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었다.

CAS와 스위스 연방법원 재판에서 패소한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에 "두 번의 재판에서 차별받았다"고 소송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