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 방중 마무리..."소통 재개 불구 갈등 돌파구 없어" [글로벌 시황&이슈]

입력 2023-07-10 08:11
수정 2023-07-10 08:12
[월가 인사이드]

옐런 美 재무, 방중 마무리

“소통 재개 불구 갈등 돌파구 없어”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미국의 경제 사령탑.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양국 간 소통은 유지하기로 공감대를 모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갈등 상황을 뒤집을 만한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옐런 재무 장관의 방중 일정을 되돌아보고, 주요 외신 분석도 짚어보겠습니다.

약 나흘 동안 옐런 장관은 중국 주요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허리펑 부총리를 만났고요. 이외에도 류쿤 재정부장관과 차기 인민은행 총재로 거론되고 있는 판궁성 인민은행 당서기, 그리고 류허 전 부총리도 만났습니다.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와는 7시간가량 동안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은 두 나라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을 끌었는데요. 작년 10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중국은 미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나서며 맞대응에 나섰죠. 최근에는 미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 확대와 함께 중국의 미국 클라우드 사용 역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지난주 중국이 주요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 주요 의제로 제재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할 거란 추측들이 나왔는데요. 정확하게 옐런 장관과 중국 측 주요 관계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는 없으나, 관련 보도 및 발언을 종합해보면 아마 주요 의제로 앞서 언급한 제재와 함께 약 6가지 의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은 트럼프 당시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폐해달라고 주장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옐런 장관은 위안화 약세 및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등에 대해 중국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이고요. 개도국의 부채 탕감 및 기후 협력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국이 7월 1일부로 반간첩법을 시행한 걸 두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를 제기했을 거란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외신들은 아마 큰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요. 뉴욕타임즈는 옐런 장관이 제재와 관련해 중국을 달래는 동시에 대중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대중 정책이 중국에 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설명하고 중국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아마 이번 방중에서 주요 돌파구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중국 매체인 환구시보는 옐런 장관의 방중이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부과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옐런 장관의 방중 성과는 뭔지도 확인해볼까요. 옐런 장관은 방중 마지막 날인 9일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기서 디커플링 즉 탈 동조화는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디리스킹 즉 위험 제거는 디커플링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두고 써 온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세계는 중국과 미국 모두가 번영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양국 간의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양국 간 중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강조했고요. 미국은 국가 안보와 동맹국을 위해 선별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허리펑 부총리는 정찰 풍선은 예상 못 한 사건이라면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건 이롭지 않다고 맞섰는데요.

외신들은 미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소통을 이어가자는 태도를 보였고 중국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이었지만, 예상대로 관계에 있어 특별한 돌파구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갈등 개선을 위한 돌파구나 협의는 없었다며, 옐런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상업적 관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는데요. 블룸버그와 워싱턴포스트 역시 관계 개선에 있어 다음 시험대가 곧 다가오고 있다고 봤습니다.

외신들이 말한 시험대는 당장 이달 말에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도 살펴봤듯 미국이 추가 재재를 이달 말에 발표할 거란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작년 10월 발표한 조치에 이어 저사양 AI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 첨단 산업 부문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해서 옐런 장관은 중국 투자 규제 범위는 좁을 것이라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선별적인 조치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 소통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안보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투트랙 노선을 재차 확인한 건데요. 일단 곧 블링컨 국무 장관, 옐런 장관에 이어 미국의 존 케리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들은 고위급 대화는 표면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시죠.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