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IPO)시장이 풀리면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대어(大漁)급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추진에 나서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5조∼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SK에코플랜트가 하반기 중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계열로 선경건설이 전신이다. 1998년 SK건설로 사명을 바꾼 지 23년 만인 2021년에 간판을 다시 걸고 탈바꿈했다.
사명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것으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추진해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SK에코플랜트가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하면 올해 최대어 기업공개(IPO)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준비를 마치고 조만간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상장하는 가장 큰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외에도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심사를 청구했거나 상장 심사 청구를 준비하는 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에는 시총 1조원 안팎의 대어급인 SK오션플랜트와 비에이치가 코스닥시장에서 이전 상장을 마쳤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 7일 종가(2만850원) 기준 시총 규모가 1조1천100억원 수준이다. 비에이치 시총도 주가 2만8천50원 기준으로 9천667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시총 3천억원 규모의 넥스틸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는 또 최근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시총 3조원), SGI서울보증보험(시총 3조원), 두산로보틱스(시총 1조5천억원), 나이스(NICE)평가정보(이전 상장) 등 기업들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문제가 없는지를 심사 중이다.
이들 기업도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면 연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시총 1조∼2조원으로 추정되는 게임 개발업체 시프트업과 미디어커머스 업체 에이피알(APR)도 하반기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시프트업은 이미 상장 대표 주관사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선정한 상태다.
이외에 시총 6천억원 규모의 중고차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과 재원산업, 동인기연, 단석산업 등도 연내 코스피 심사 청구를 위한 채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계열 중에서 LG CNS와 CJ올리브영도 IPO 추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는 24∼25일 기관 수요예측을 앞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상장하면 시총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하반기 대어급 기업의 잇단 상장을 계기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IPO 시장은 작년에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 금액 12조8천억원을 끌어모은 이후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 기업 수는 63개사로 과거(1999년부터 작년까지) 상반기 평균 46개보다 많았다. 이는 2000년(133개), 2001년(69개), 2002년(113개)에 이어 역대 네 번째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주로 상장하면서, 상반기 IPO 공모 금액은 1조3천억원으로 과거 상반기 평균(2조원)보다 적었고 시총 규모도 5조8천억원으로 과거 평균 7조2천억원에 못 미쳤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증시 불안에도 IPO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부 대어급 기업의 상장 심사 청구를 기점으로 IPO 청구 기업이 늘어나 공모 금액과 시총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