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정유 업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정유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90%가량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 유가 하락·정제마진 약세에…2분기 실적 악화 '명약관화'
9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천9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7.2% 급감할 전망이다. 전 분기(3천750억원)와 비교해도 20.4%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S-Oil)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95.6% 급감한 759억원으로 추정된다. 전 분기(5천157억원) 대비로는 85.3% 감소한 수준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는 정유 부문 실적 악화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뒷걸음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3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는 70∼8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재고자산 평가 손실 규모가 늘고, 경기 둔화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뚝뚝 떨어졌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 경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보통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4∼5달러 이상이면 수익, 그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 1월에 13.5달러까지 올랐던 정제마진은 2월과 3월 7달러대를 유지하다 4월 들어 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5월과 6월에는 줄곧 4달러대에 머물렀다.
올해 6월 평균 정제마진은 4.6달러로 지난해 6월(24.5달러)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정제마진 약세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제마진 약세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상이 쉽지 않다.
◇ 러시아산 원유 덤핑에 이중고…하반기 전망도 엇갈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원유 덤핑'까지 겹쳐 국내 정유업계는 울상이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에 헐값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싸게 사들인 러시아산 원유로 만든 저렴한 석유제품이 국제시장에 풀리면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중동산 원유를 들여와 석유제품을 만든 뒤 수출하는 국내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엇갈린다.
지난달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오는 12월 브렌트유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95달러에서 86달러로 하향했다.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치 하향은 최근 6개월 새 3번째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 제재 대상국들의 원유 공급 증가,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정제마진이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서며 정유사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성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솔린과 디젤 수요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상압증류시설(CDU) 가동률도 반등 중"이라며 "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가솔린 수요의 계절적 증가와 중국 중심의 수요 개선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도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