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30년을 받고 수감 중인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봉현 씨의 과감하고도 꼼꼼한 탈옥 계획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A4용지 수십장 분량의 '탈옥 계획서'에 따르면 그는 법원과 검찰청사의 건물 조감도뿐 아니라 자신의 동선상에 있는 폐쇄회로TV(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기록했다.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을 때 식사 시간, 이동 시 교도관의 숫자도 이 계획서에 담겼다.
또 건물 밖 흡연구역의 위치, 호송차량이 이동하는 방향까지 상세히 기록해 치밀하게 탈옥을 준비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며 "법원이나 검찰에 다녀왔을 때의 호송 통로를 모두 기억해서 메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호송 차량 내부의 좌석 배치, 운전석과 조수석의 위치와 직원들이 착석하는 자리, 창문 위치 등도 상세하게 파악해 기록했다.
이때 본인이 앉을 자리에 '구출자'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김씨는 이 문건을 조직폭력배 출신인 같은 구치소 수감자에 건넸고, 이 수감자가 외부에 있는 지인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김씨가 동료 수감자를 포섭하기 위해 탈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동료 수감자에게 "탈옥에 성공하면 20억원을 주겠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계획한 날짜가 임박하자 "4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밖에 있는 김 전 회장의 친누나 김모씨는 수감자의 지인을 만나 실제로 착수금 1천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대포차 비용으로 2천만원을 추가로 건네려고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미리 준비된 차로 교통사고를 낸 뒤 사설 구급차로 도망치거나, 방청객으로 위장한 조력자가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이를 틈타 달아나는 등 여러 가지 도주 시나리오를 꾸몄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영화 못지않은 그의 탈옥 계획은 이 수감자의 지인이 김씨의 누나에게 착수금을 받은 뒤 검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검찰은 김씨를 구치소에서 빼내려 한 혐의(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를 받는 누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또 다른 누나 등 가족이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에게도 도주 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 중이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