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인출 해달라"...새마을금고, 고객잡기에 '진땀'

입력 2023-07-06 16:58


새마을금고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6일, 일부 지점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이 몰리고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남동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에서 한 중년 여성이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겠다고 하자 이 금고의 이질남 이사장은 직접 창구로 나와 해지를 만류했다.

"지금 급히 쓰실 거 아니면 빼지 말아 주세요. 어제도 원금·이자 다 보장된다고 방송에 나가지 않았습니까. 지금 해지하시면 손해가 나는데 오늘은 조금만 참아주세요."

이 여성은 창구 직원에게 "일단 마음이 불안해서 돈을 빼야겠다"라고 말하며 직원의 설득에도 완강하게 중도해지를 요청했다.

이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한두 지점의 연체율이 높은 거고, 우리 금고는 보장이 잘 되니 믿고 넣어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지금 급히 쓰실 거 아닌데 빼면 1.5%의 이자 손해가 날 거다. 오늘만 참고 내일 다시 방문해서 저랑 얘기하시는 게 어떻냐"라고 거듭 설득했다.

이 여성은 이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날은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내일 다시 지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이 지점을 찾아 직접 거치식 정기예탁금 상품에 가입하고 현금을 예치했다. 한 차관은 "새마을금고 고객 여러분, 5천만원까지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니 안심하고 맡겨도 된다. 정부가 든든하게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 차관과의 차담회에서 이질남 이사장은 "저희 금고는 지난 6월 30일 기준 연체율을 3.5%로 낮췄는데, 타 금융권도 3∼4% 수준이니까 큰 차이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이나 유튜브 등 매체에서 새마을금고가 곧 쓰러질 것처럼 보도를 많이 해서 1년짜리 정기예금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해지하려는 회원도 많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이사장을 믿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라고 했다.

행안부는 지난 4일 새마을금고 연체율 감축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체율이 평균보다 높은 100곳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이중 연체율이 10%가 넘는 30곳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해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 합병 요구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부실 우려가 제기된 일부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예·적금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행안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하고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금고가 합병되더라도 고객의 모든 예금은 보장되며, 필요시 정부 차입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재예치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고, 당초 약정이율을 복원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예금을 인출하거나 적금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길게 서기도 했다.

남양주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된 옛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 입구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60명이 넘는 고객이 돈을 찾겠다며 줄을 섰다. 지점 안쪽 창구 앞도 100명 가까운 고객이 대기하며 직원과 상담하며 혼잡한 상황을 연출했다.

경기 수원 본점의 경우 연체율은 3%로 낮은 편이고 지난달 기준 자산도 1조2천억원에 달하지만, 불안 속에 예금·적금 인출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과천 본점을 찾은 고객도 평상시보다 30명가량 더 많았다. 대부분이 예금자 보호 여부에 관해 문의했고 일부는 돈을 인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