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크다고 CEO 연봉 높지 않다…주가도 마찬가지

입력 2023-07-05 03:09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과 기업 규모는 비례하지 않았다. 회사 주가가 급락하는데도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급여를 챙긴 경우도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임원 급여 분석회사인 C-스위트 콤프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미국의 CEO '톱10' 중 6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에 속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초대형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작년 한 해 동안 2억5천300만달러(약 3천281억원)를 챙겨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이끄는 순다르 피차이(2억2천600만달러)를 제치고 '연봉 킹'에 올랐다.

배당금을 포함하더라도 지난해 블랙스톤 주식 수익률이 40%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창업자인 슈워츠먼 CEO의 급여는 전년보다 50% 이상 점프했다.

이에 대해 블랙스톤 측은 슈워츠먼 CEO의 작년 급여 중 30%는 2021년도 투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재작년 블랙스톤 주가는 두 배 뛰었다.

블랙스톤보다 훨씬 규모가 작고 경영 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회사들에서도 최상위 연봉을 받는 CEO들이 나왔다.

렌터카 회사 허츠의 스티븐 셰어 CEO는 작년 스톡옵션을 포함해 총 1억8천200만달러(약 2천361억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셰어는 허츠가 법원의 파산보호 관리를 졸업한 지 7개월 만인 작년 2월 CEO로 취임했다.

셰어의 취임 후 작년 허츠의 주가는 22% 하락해 S&P 500 지수 하락폭(16%)을 웃돌았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20% 반등 중이다.

홈트레이닝 기업 펠로톤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특수가 끝나면서 지난해 주가가 79% 곤두박질쳤으나, 작년 2월 취임한 배리 매카시 CEO는 1억6천800만달러(약 2천179억원)의 급여 패키지를 손에 넣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를 이끄는 빌 레디 CEO는 작년 1억2천300만달러(약 1천595억원)를 받았다.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진 레디 CEO의 급여는 회사 규모에 비해서는 두드러지게 많지만, 그나마 작년 주가가 20% 올랐다는 명분은 있다.

법률회사와 변호사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CS디스코는 키위 카마라 CEO에게 작년 한 해 동안 50만달러(약 6억5천만원)의 기본 연봉 외에 1억900만달러(약 1천414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회사 시가총액(5억달러)의 5분의 1 이상을 CEO에게 준 셈이다.

2021년 7월 상장한 CS디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30%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초보다는 여전히 75% 이상 내려간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