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자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구룡마을 재개발 사업이 12년째 표류중입니다.
주민과 투기세력을 구분할 자료조차 없는 졸속행정 탓에 현장에는 이른바 '알박기' 세력이 여전합니다.
양현주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고층 아파트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판자촌.
인근 아파트값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구룡마을입니다.
마을 곳곳엔 물을 끌어다 쓰는 수도관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비닐과 판자로 만든 가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라 화재에 취약합니다.
수차례 발생한 화재로 마을 입구엔 소화기 수십 대가 비치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구룡마을을 재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는데, 최근 서울시가 파격적인 이주지원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3월 SH공사는 구룡마을 거주민 중 차상위층 등을 대상으로 임대주택 보증금과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두 달 동안 이주를 선택한 가구는 22곳에 불과합니다.]
전액 지원의 대상이 되는 가구 수가 24%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이 되지 않는 주민의 경우에도 임대료 60% 감면 혜택이 있지만 대부분 이마저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구룡마을 주민: 돈만 많으면 나가면 좋지. 돈을 못내니까…(다른 수입은?) 나가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데]
일부 주민은 오랫동안 한 터전에서 살아온 만큼 재산권 인정과 분양권을 요구합니다.
[노춘석 / 구룡마을 주민: 여기 들어온 사람들이 40년 가까이 된 사람들이야 30대 후반 40대 중초반 들어온 사람들이 80이 넘었어. 돈 7~800만 원씩 주니까 그 사람들은 계약서 없이 팔고 사고 돈 주고 지은 집이야.]
주민마다 원하는 게 다른 상황에서 2016년 구역 지정 이전 전입한 외지인, 이른바 '알박기' 세력도 남아있습니다.
주민 자치회에서 비어있는 집을 조사해 표식을 해주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얽히고설킨 원인을 찾기 위해 담당 구청에 물어봤더니 황당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실태조사에 따라 거주자가 바뀌었는지 여부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91년 처음 시작했는데 이후 자료가 없습니다. (2010년 이전은 증명이 안 된다는 거죠?) 네.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구룡마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상안 등에 대해선 원칙을 지키겠단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정비 사업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에 사신 지가 오래됐고 여러 가지 재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주거형태에서 오랫동안 주거해 오신 것은 사실이나 다른 곳과의 형평의 원칙상 맞지 않는 혜택을 드리게 되면 추후 도시정비사업에 많은 지장이 초래됩니다.]
하지만 당장 이번 달 진행되는 토지가격 감정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구룡마을 토지주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