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감산을 통해 가격을 부양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일 최근 시장의 주요 지표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가까운 월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 현상과 함께 약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콘탱고란 가까운 선물 계약 만기 가격은 낮고, 만기일이 멀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선물 계약은 이자 비용 등으로 현물보다 높은 가겨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콘탱고는 공급이 수요를 떠받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렉 뉴먼 영국 런던 오닉스 캐피탈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이것은 약세 신호"라며 "놀라운 점은 브렌트유 가격 자체는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배럴당 58달러에서 62달러 사이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의 감산에도 올해 상반기에 13% 하락했다.
마르완 유네스 마사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과 유럽에서 연료 소비가 약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원유 수입량 중 일부가 전략 비축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요 부진과 금리 상승, 이란 등의 예상치 못한 원유 공급에 따라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석유 가격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사우디 관리들은 올해 말 수요가 생산량을 앞지르면서 석유 생산업체들의 수익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고 있다.
사우디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중동산 두바이유 선물가격은 전날까지 배럴당 75.5달러 선으로 브렌트유 가격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통제는 제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이다.
사우디가 소유한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는 두바이유의 주 수출 시장인 아시아에서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국제 시세 표준인 유럽 시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브렌트유 콘탱고로 인해 펀드 매니저들이 선물 계약이 먼 상품을 현물로 넘겨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파생시장 거래를 피할 가능성도 시장에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또 정체된 석유가격과 높은 재고율, 긴축 여파로 인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석유화학 업체들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기까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점도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상품전략책임자는 "이미 취약한 환경에서 감산을 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상당기간 지금 자리에 있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