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몰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7세 '영유'(영어유치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레테'(레벨테스트) 전쟁이 한창이다.
대치동의 영어학원은 10월께 예비초1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이른바 '빅5' '빅10'으로 꼽히는 유명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는 난도가 갈수록 높아져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온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는 10월 레벨테스트 기간을 앞두고 강남권 학부모들이 바빠지고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강남권 맘카페에도 7세 고시, 영어 학원 레벨테스트 준비 조언을 구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면서 레벨테스트 대비를 위한 1대 1 과외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에서 과외 비용은 시간당 7만∼8만원, 많게는 10만원선인데, 이마저도 유명한 과외 선생님을 얻으려면 1년은 대기해야 한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입학 1년전인 7세 때 영어유치원을 관두고 이 레벨테스트 준비에 집중하는 '프렙'의 인기도 늘고 있다. 영어 말하기에는 유창해진 아이들이 '라이팅'(쓰기) 시험을 대비하도록 생겨난 학원이라고 한다.
영어유치원은 강남권 등 교육열이 높고 부유한 지역에서는 평균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 즉 '영유'는 2018년 562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늘었다. 이 중 58.4%는 서울·경기에 밀집해 있다.
국회 교육위 민형배(무소속)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유아 대상 영어학원 745곳 중 월 학원비가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407곳,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34곳, '300만원 이상' 2곳이었다. 10곳 중 6곳은 월 학원비가 100만원이 넘는 것이다.
이렇게 유아 시기부터 거듭 높은 난도의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를 안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달 유치원비가 기본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유아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7세 고시의 등장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학부모의 경험과, 생존을 위해 위기감을 조장하고 효과를 과장하는 학원들의 경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가 지적으로 뛰어나고 학습 의욕이 강할 때는 이러한 시도가 아이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아이가 역량이 되지 않는데 교육을 몰아붙이면 지적·정서적·신체적 발달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유아 단계에서는 학습 사교육 자체가 신체·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며 "영유아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 등 법체계와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