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랜드 슬램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메이저 대회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흰색을 고집하는 복장 규정이 유명하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된 복장만 착용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여자 선수들의 언더웨어는 '흰색 규정'의 예외로 인정받게 됐다. 경기 일정이 생리 기간과 겹치는 선수들을 배려해 색깔이 있는 언더팬츠를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하의 색상을 흰색이 아닌 것으로 바꾸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헤더 왓슨(영국)은 "사실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온 면이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년 대회에서는 생리 기간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코코 고프(미국)도 "윔블던과 생리 기간이 겹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 조치로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오로지 흰색만 착용할 수 있는 윔블던에서는 모자, 신발 밑창, 상의 밖으로 노출될 수 있는 스포츠 브라의 끈 색깔 등에도 이 규정이 적용된다. '모자, 헤드밴드, 두건, 손목밴드, 양말은 모두 흰색이어야 하고, 10㎜가 넘게 색깔이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까지 있다.
언더웨어까지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2014년 신설됐다가 올해 여자 선수들에게만 완화했다.
언더웨어에도 '복장 규정'이 적용되면서 윔블던에서는 경기 시작 전과 경기 도중 규정에 맞는 복장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장면이 종종 연출됐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선수가 올해 완화한 규정을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온스 자베르(튀니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흰색이 아닌 언더팬츠를 입을 경우 생리 여부를 공개하게 되는 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물론 여자 선수들을 배려한 이번 조치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모든 선수가 색깔이 있는 언더팬츠를 착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더웨어 관련 규정을 완화했지만, 윔블던은 언더웨어가 스커트 길이보다 더 길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달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