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유명 배우 케빈 스페이시(63)가 동성 성범죄 혐의로 영국 법정에 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의 서더크 크라운 법원에서 진행된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스페이시를 유명 배우로서의 명성과 권력을 남용해 남성 4명을 성폭행한 가해자라고 지목했다.
검찰은 배심원단에게 "스페이시는 여러 상을 받은 아주 유명한 배우이면서 다른 남성을 성폭행하는 사람"이라며 "다른 사람들을 무력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 즉 성폭력에서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자 중) 누구도 접촉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스페이시는 그들의 감정을 무시했으며 개인적 성적 만족을 위해 하고 싶은 대로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스페이시가 오스카상을 수상한 유명 배우이자 극장 예술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검찰은 "스페이시는 그의 권력을 남용하고 그 명성에서 오는 영향력을 악용해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힘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시는 런던의 유서 깊은 올드 빅(Old Vic) 극장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던 시기인 2001∼2013년 30대 남성 4명을 상대로 성폭행 7건, 강제추행 3건, 동의 없는 성적 행위 1건, 동의 없는 성관계 1건 등 총 12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남성 4명 가운데 한명은 스페이시 아래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검찰은 스페이시가 운전 중이던 이 피해자의 성기를 강하게 움켜잡는 등 폭행했으며, 숨도 못 쉴 정도로 고통을 느낀 피해자가 간신히 차를 멈추고 항의했지만 웃어넘기며 '흥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스페이시가 다른 피해자들을 상대로도 갑자기 성기를 더듬거나 껴안고 키스하는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에 이어 이날도 법원에 출석한 스페이시는 상대의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한 적이 없거나 기억하지 못한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스페이시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당시 원하는 바가 있어 스페이시에게 접근했고,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스페이시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와 '유주얼 서스펙트'로 오스카상 주·조연상을 받은 유명 배우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했으나 '미투' 논란으로 몰락했다. 2017년 배우 앤서니 랩이 14살이던 1986년 스페이시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한 이래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다.
이후 그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퇴출당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서도 출연 분량이 삭제됐다.
다만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랩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스페이시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