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미술시장에서 올 상반기 경매 거래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30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3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거래액은 총 8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상반기 거래액인 1천446억원 대비 56% 수준으로, 2020년 상반기(490억원) 이래 3년 만에 가장 적었다.
낙찰률도 52%로 낮았다. 올 상반기 경매 출품작은 총 1만4천851점이었으며, 이 가운데 7천724점이 낙찰됐다. 2018∼2022년 상반기 낙찰률이 64.5∼68.8%로 모두 60%대 중후반을 유지해왔는데, 올 상반기에는 50% 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운영된 9개 경매사의 올 상반기 온오프라인 경매 낙찰 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신진작가의 작품을 시작가 0원에서부터 경매에 부치는 옥션 제로베이스는 제외됐다.
최고 낙찰가 작품은 조선시대 고미술품이 차지했다. 지난 5월 마이아트옥션에서 70억원에 낙찰된 조선시대 백자청화오조룡문호였다.
그간 쿠사마 야요이, 마르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이 주로 낙찰가 1위 자리를 지켜왔는데 올해는 국내 고미술품이 1위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한 셈이다.
낙찰가 2위는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넷츠 그린'(25억원), 3위는 김환기의 '북서풍'(15억원), 4위는 이우환의 '조응(13억원), 5위는 유영국의 '워크'(10억7천만원)였다.
낙찰 총액 1위 작가는 이우환(총 72억3천만원)으로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김환기(41억3천만원)가 2위였고, 유영국(37억7천만원), 박서보(37억3천만원), 쿠사마 야요이(34억2천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경기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실감하는 결과"라며 "일부 잘 팔리는 작가에게만 의존하는 미술시장 풍토를 극복하고 좀 더 다양한 작가군이 폭넓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술시장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