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엔화가 아닌 달러 베이스이며, 규모는 2015년 협정 종료 당시와 같은 100억 달러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9일 도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8년만에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에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약속한 환율대로 상대방 통화나 달러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규모는 2015년 2월 종료 당시와 같은 100억 달러다.
지금이 2011년처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200억원을 정도로 넉넉해 외환 급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최소 규모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엔화 스와프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추진되면서 실효성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 맡겨둔 원화 대신 달러를 가져와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1년 일본과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2011년 잔액이 700억 달러까지 불어나며 30배 넘는 규모까지 커졌지만, 이후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2015년 2월 계약이 종료됐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은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회복돼 온 한일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도 복원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라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또 한일 양국간 유사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세안+3 등 역내 경제와 금융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경호 부총리도 현지에서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 간의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7년만에 열린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펜데믹 위협, 개도국 채무 및 금융변동성 확대와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맞서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G20, G7 등에서 논의되는 저소득국 채무조정,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 등 글로벌 아젠다에 있어 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상호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구조 개편과 신규 금융 프로그램 도입과 같은 제도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양국간 국제조세 논의 활성화 차원에선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 장관은 내년 한국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해, 앞으로 재무당국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