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기온이 오르면 치명적인 열대성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엘니뇨 현상과 관련해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치쿤구니야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확산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WHO는 올해와 내년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지카 바이러스와 치쿤구니야와 같은 이른바 '아르보바이러스'(모기 등 절지동물에 의해 매개되는 바이러스)의 전염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모기의 번식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카대륙에서 뎅기열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그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일어난 바 있다.
각국 전문가들은 올해 4년 만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상황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고 예측했고, 이번 달 초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도 엘니뇨 조건이 현재 존재하며 이는 2023∼2024년 겨울까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엘니뇨와 온실가스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2016년이 기록상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였는데, 올해 다시 엘니뇨가 도래하면서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치쿤구니야는 모두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데, 모기는 엘니뇨로 인해 기온이 더 높아지면 더 왕성하게 번식한다.
남미와 아시아는 이미 열대성 질병 창궐에 시달리고 있다.
페루에서는 올해 들어 뎅기열 의심 사례 15만건이 보고되는 등 사상 최악의 발생 기록을 세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는 뎅기열 감염이 페루의 보건 체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에서는 올해 들어 이번 달 첫째 주까지 뎅기열 발생 건수가 1만9천503건으로 집계돼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도 뎅기열 환자가 늘고 있으며 올해 초 싱가포르 당국도 6월부터 10월 사이에 뎅기열 감염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파라과이에서는 지난해부터 발생한 치쿤구니야로 최소 40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