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독재자 발언' 논란 속, 바이든 "美中관계 영향 없어"

입력 2023-06-23 06:3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한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회견에서 '시 주석이 독재자라는 언급이 미 정부가 이룬 미중 관계 진전을 약화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눌 때 미국의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를 염두에 둔 듯 미중 관계에 일부 혼란을 야기한 일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훌륭히 해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자신의 발언이 실제로 어떠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자 시진핑' 발언 이후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항의 서한을 백악관과 국무부에 정식 전달한 직후에 나왔다.

중국에 대한 '사실'을 언급한 것은 잘못이 아니기에 이 발언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도발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조치가 없으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 모금 행사에서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태에 대해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까닭은 그것이 거기 있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겐 큰 창피"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프랑스를 방문 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오해와 오판을 없애기 위해 소통 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미중은 가능한 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중은 의견 불일치가 있으며, 우린 그런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데 솔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종교소수자 탄압 등을 일삼는 인도 상황을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엔 "모디 총리와 난 민주적 가치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며 "그것이 우리 관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린 서로 솔직하고 존중한다"며 "내가 미중 관계가 미·인도 관계의 공간에 있지 않다고 보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둘 다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압도적인 존중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것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우리의 다양성 또는 문화가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왕성한 토론에 있다는 (의미로) 공통적인 민주국가의 특성"이라고 했다.

모디 총리는 회견에서 '인도 내 이슬람교도 등 소수자 권리를 개선하고 언론자유 옹호를 위해 조처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헌법과 정부는 민주주의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다"며 "카스트제도(신분제), 신념, 종교, 성별과 관련해 내 정부에선 어떤 차별의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외 인권 단체들은 인도에서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은 물론 언론 자유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인도의 인권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도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해 인도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하지 못한다고지적하고 있다.

인도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올해 역대 최저인 161위로 떨어졌고, 인터넷 차단 건수는 5년 연속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미 하원의 무슬림 정치인인 민주당의 일한 오마르 의원은 인도의 무슬림 학대를 주장하면서 모디 총리의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