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직업을 꼽는다면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의 임원들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월가에서 이들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최고위 경영진을 제외한 은행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주식 보너스를 합쳐도 100만∼200만달러(약 13억∼26억원) 사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금융 컨설팅회사 베이스트리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톱20' 투자은행에서 부문장급이 아닌 일반 상무이사들의 최근 3년간 평균 연봉은 190만달러(약 25억만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똑같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급여가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낮은 직급의 은행 직원들이 받는 돈은 금융위기 전보다 명목상으로도 감소했다고 베이스트리트는 밝혔다.
은행가들을 추월한 직종은 변호사다. 최고 수준 로펌에서 지분을 가진 파트너들이 버는 돈은 연 300만달러(약 39억원) 이상으로 20년 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왁텔, 커클랜드, 폴와이스 등 뉴욕 최고의 로펌에 다니는 엘리트 변호사는 연봉이 1천500만달러(약 195억원) 이상이다.
이런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받으려면 시간당 2천달러(약 26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스콧 바셰이(폴와이스)나 제임스 스프레이리건(커클랜드)과 같은 월가의 스타 변호사들은 2천만달러(약 260억원) 이상을 버는 경우도 있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월가의 왕' 제이미 다이먼(3천450만달러)과도 큰 차이가 안 나는 셈이다.
변호사 롭 킨들러는 WSJ에 지난 2000년 로펌을 그만두고 투자은행으로 옮겼을 때 연봉이 5배로 올랐지만, 이달 초 모건스탠리를 나와 폴와이스에 합류하면서 연봉이 1천만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 때보다 늘어난 액수다.
월가의 돈이 은행가의 주머니에서 변호사의 주머니로 이동한 것은 오늘날 변호사들이 거의 은행가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규제당국과의 갈등, 회사 승계 계획과 같은 까다로운 문제를 다룰 때 기업 변호사들이 핵심적인 자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로펌들이 연공서열뿐 아니라 생산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급여 체계를 개편한 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변호사 연봉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거액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다. 거의 주 7일, 하루 24시간 쉴새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리크루터인 마크 로즌은 WSJ에 자신의 고객 중 주말에도 하루 18시간 일하는 변호사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