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고등학교 학비의 전면 면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대만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제 무상 교육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은 전날 오후 언론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실업계를 포함한 전 고등학교 학비가 전면 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젠런 원장은 이어 "공·사립대학에 다니는 취약 계층 학생에 대한 보조금과 학자금 대출 상환 기간 연장도 확대할 것"이라며 대만 교육제도의 건전화를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과거 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의 학비의 큰 격차로 인해 많은 학생이 적성에 따라 학과를 선택할 수 없었다"며 비교적 비싼 사립대학 학비의 일부를 보조해 공립대 학비와의 격차를 줄이면 학생들이 적성에 맞춰 학과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천 원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 "차이잉원 총통·라이칭더 부총통과 수 차례 논의했다"며 세부 사항 검토를 거쳐 다음 주에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공립 고교의 경우 한 학기당 학비가 6천240대만달러(약 26만원)지만, 사립 고교의 경우 최대 3만5천949대만달러(약 150만원)에 달한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고교생 11만3천여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가정 연소득 148만 대만달러(약 6천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45만4천여명에게만 학비 면제조치가 적용됐다.
이번 조치에 대해 학생, 학부모 등은 대체로 반기고 있지만, 일부 교원단체 등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국교사노조연합회는 재원이 한정된 교육예산을 공개적인 토론 없이 하룻밤 사이에 하향식 결정을 내렸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두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 분야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2주 전에 이 같은 내용의 제안에 대해 재정 부족과 관련 법규 미비 등을 이유로 반려했으나 갑작스러운 발표에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은 지난 20일 중부 타이중 소재 자오양과기대학에서 매년 사립대학생의 학비를 2만5천 대만달러(약 104만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